1. 아동 발달의 쟁점: 유전과 환경, 성숙과 학습
영유아 발달뿐만 아니라 인간 발달에서 제기되는 몇 가지 쟁점들이 있습니다. 각 쟁점은 발달의 본질에 관한 일반적인 문제를 제기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널리 알려진 논쟁으로는 인간 발달이 유전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환경에 의한 것인지 유전과 환경 두 요인 중 인간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입니다. 두 요인을 서로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토론과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이러한 논쟁에 대해서 문제를 분명하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불러일으켜 왔습니다. 전성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인간은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에 모든 발달적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이미 그 안에 완전한 형성을 갖추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따라서 수정과 함께 오로지 정해진 정보에 따라 양적 변화만이 일어나고 환경은 인간 발달의 결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유전적 요인을 강조하였습니다. 반면에 후성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인간의 발달에는 생물학적 기초가 아닌 후천적인 환경적 영향력만이 모든 발달적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극단적인 환경론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렇듯 오랫동안 유전과 환경 두 요인을 둘러싼 쟁쟁한 논쟁 끝에 심리학자들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라기보단 두 요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 발달은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300cm 이상 자랄 수 없는 것처럼 유전적 요인은 좀처럼 넘어설 수 없는 성장의 한계를 정합니다. 반면 환경적 요인은 유전적 요인의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는 정도와 범위를 전면적으로 제한합니다. 예컨대 지능의 성장과 발달은 유전에 의해 그 대략적인 한계가 설정되지만,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가능성도 커서 보통 IQ 점수도 15점 정도의 범위 내에서 변화가 가능한 것으로 봅니다. 즉 선천적인 특성들이 잠재적 변화의 한계를 정하지만 적절한 환경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한계의 범위가 적절하게 실현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쟁점으로는 성숙과 학습의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유전과 환경의 논쟁과 비슷하게 성숙과 학습은 어떤 원리와 과정을 통하여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룹니다. 성숙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달적 변화들이 통제되는 생물학적인 과정을 말합니다. 유아기의 빠른 성장과 사춘기의 이차 성징과 같은 변화, 앉은 다음 서게 되고, 선 다음 걷게 되는 것과 같은 순서는 성숙에 기인하는 발달로서 학습되지 않는 것들이며 특별한 연습이나 훈련의 결과가 아니라는 관점입니다. 이처럼 성숙론자들은 기본적으로 성장은 성숙에 기인한다고 믿습니다. 반면 발달에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습론자들은 학습은 직접 또는 간접경험의 산물이며 훈련과 연습에서 발달적 변화가 이루어지며 그 결과는 매우 개별적이고 특별합니다. 예를 들면 운전 기술의 습득이나 외국어의 습득은 특정한 훈련에 의존하는 학습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관점을 결합한 좋은 예로는 아동과 양육자 간의 애챡 형성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아동은 생애 초기에 특정한 사람과 애착을 형성하는 발달적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유전적 요인으로 성숙 과정의 일부분으로 봅니다. 그러나 애착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많은 경우에 상황적으로 결정되는 매우 특별한 선택입니다.
2. 아동 발달의 쟁점: 연속성과 불연속성, 결정적 시기, 초기경험과 후기경험의 중요성
학습과 경험을 강조하는 행동주의적 접근 시각의 발달론자들은 대부분 발달을 점차적이고 연속적인 과정으로 봅니다. 반면 발달이 일련의 독립적이며 질적으로 다른 과정들로 구성된다고 믿는 단계이론가들은 발달을 불연속적인 과정으로 봅니다. 발달의 연속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인간 발달을 수태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연속적이고 점진적인 축적된 변화로 봅니다. 유아가 처음 말을 시작할 때는 갑작스럽고 불연속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몇 주 또는 몇 달에 걸친 연속적인 성장과 연습의 결과입니다. 또한 사춘기 역시 갑작스럽고 불연속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마찬가지로 수년에 걸쳐 일어나는 점진적인 과정입니다. 만일 변화가 갑작스럽게 일어나고 앞선 변화들과 질적으로 서로 다르며 발달적 변화에 대해 각기 다른 독립적인 일반 법칙이 적용된다면 발달은 불연속적인 과정으로 봅니다. 즉, 인간 발달의 불연속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발달이 양적인 것이 아닌 질적으로 서로 상이한 단계를 통해 진행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던 아동이 어느 날 추상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되고, 성인이 생식이 가능한 존재에서 어느 날 그렇지 못한 존재로 변하는 것은 양적이고 연속적인 변화가 아닌 질적이고 불연속적인 변화입니다. 유전과 환경의 논쟁이 다소 어색한 양자택일의 문제인 것처럼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쟁점 또한 이와 비슷합니다. 만약 오랜 기간 동안 걸친 발달적 변화를 실제 곡선으로 구현하여 본다면 발달적 변화는 두 가지 형태를 결합한 모양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인간 발달의 논쟁으로서 인간의 발달 과정에서 여러 변화 중 어떤 것은 특정 시기에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다른 시기에는 느리게 일어난다고 봅니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중요한 가변적 요인으로서 변화 속도의 차이에 관심을 갖습니다. 예를 들어 유아기와 청년기의 신체 변화는 다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보다 미묘한 심리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이렇듯 발달의 결정적 시기가 정말로 존재하는가 하는 점에서 결정적 시기란 생명체를 둘러싼 내적, 외적인 사건들이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짧은 기간을 말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서 19세기 초 프랑스 시골에서 발견된 열 두살의 소년은 구제 불능의 백치로 규명되어 동물과 같은 취급을 받았습니다. 박사는 그 소년이 백치가 아니라고 확신하고서 소년에게 언어훈련을 시켰습니다. 매일 집중적인 언어 훈련을 통해 언어능력이 점차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지만 끝내 소년은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였습니다. 언어는 2세부터 사춘기에 이르는 동안 발달한다고 보는데 이 시기에 적절한 언어 훈련을 받지 못한 소년은 결국 언어를 습득하지 못하였고 이 사례는 12세라는 나이에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것은 언어발달에 있어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단적인 예입니다. 이렇듯 발달의 특정 영역에 있어 결정적 시기는 확실히 존재하나 이처럼 예민한 기간 일어나는 일들이 앞으로의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연구해보아야 할 과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초기경험과 후기경험의 중요성에 대한 논쟁입니다. 과연 어린 아동이 생애 초기에 매우 열악하고 불우한 환경을 경험했음에도 청년기 이후에 환경이 개선된다면 정상적인 발달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초기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인생은 계속되는 과정으로 한 개인의 심리적 특성은 그 근원을 올라가 조사해보아야 알 수 있다는 신념에 기인합니다. 반면 후기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발달은 아동기의 변화 이후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한다고 주장합니다. 즉 아동이나 청년은 나중의 경험도 초기의 경험만큼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상 모든 논쟁은 어느 한 주장만을 지지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인간은 전 생애를 통해 유전과 환경, 성숙과 학습, 연속성과 불연속성, 초기경험과 후기경험, 결정적 시기의 유무 중 어느 한쪽만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두 요인 모두 상호작용하여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는 시각입니다.
댓글